Essays문화를 연결하는 도자 by 안소연


시작하며 02

문화를 연결하는 도자


안소연

                                                                        

     “나는 여전히 문화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작고한 이탈리아의 유명 미술비평가이자 미술사가인 필리페 다베리오Philippe Daverio가 했던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이 말이 허풍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래도 문화의 힘이란 참으로 상당하다. 예술을 포함하여 문화는 그 안에 사람들, 그러니까 온갖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이게 하는 힘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 힘은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를 넘나들며 경제, 사회, 문화, 금융 활동이 통합되는 역동적인 ‘상호의존망’ 위에 지어진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는 복잡하게 연결되어 소위 세계화되었다고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분리된 채 남아있다. 사실상 지난 십 년 동안 전세계는 민족주의적 정서의 증가를 목격했다.[1] 반체제 극작가이자 체코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바츨라프 하벨Vaclav Havel은 재임 시절 이렇게 썼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문제들 중 다수는, 내가 이해한 바로는, 바로 이 ‘세계 문명’이라는 것은 여기저기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의식 총합 위에 놓인 얇은 판자에 불과하다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 이 세계 문명이라는 새롭고 얇은 표피는 그저 엄청나게 다양한 문화, 사람들, 종교적 세계, 전통과 역사적으로 형성된 행동양식들을 덮거나 감출 뿐(이다)...”[2]                                                 

    우리는 지금 사회정치적 불안의 세계를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갈등은 다른 인종, 국가,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잘못된 이해의 산물일 것이다.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이 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개별 존재들을 존중과 존엄으로써 대하는 우리의 책임 의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문화 교류는 이러한 의식의 경신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상이한 문화를 접하고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 교류의 확대는 차이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가교 건설에 일조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존에 있어 핵심으로서 다른 문화 간의 이해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정받아 왔다. 실상 문화 교류는 공동체 간의 통합과 응집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되어 왔고, 지금도 계속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상호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가와 시민 간 사상, 정보, 예술, 생활양식, 가치체계, 전통. 신뢰 및 기타 문화를 교환하는 것”[3], 즉 문화 교류와 혼용 되곤 하는 문화외교는 주로 국민국가들이 외교 정책의 도구로서 수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문화외교에는 국가가 아닌 시민사회 단체와 기구, 문화 기관, 민간 회사, 심지어 개인까지도 아우르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관련된다. 문화 교류는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고, 그 활동들은 여러 영역들로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기술적 발전에 의해 가속화된 문화 간 교류와 상호작용의 양적 증가는 분명 우리가 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어떤 분야에서는 상호연결성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어쩌면 이것은 보다 의미 있는 문화 교류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나는 문화 교류 분야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문화들을 연결하고, 또 문화를 효과적이고 포괄적인 대화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들을 탐험하고 고민해 왔다. 나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생한 영감을 주며, 대화를 일깨우고, 교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매개체를 계속해서 찾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것들이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교류의 기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견지에서 도취도람 도취도감이 시작되었다. 국경 너머의 관객을 포함한 다양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도자 고유의 힘을 알아보면서 말이다.                                                                                               

     도자는 강렬한 미학이자 풍부하고 중첩된 다양성을 가진 시각 언어다. 눈에 쉽게 보이는 성질들에 더해, 도자는 지역 문화와 역사, 가치들 위에 세워진 독특한 서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도자는 또한 작가가 흙과 교감하는 창작 과정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도 하다. 도자는 관념들과 예술성 생태를 드러내며, 서사를 통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도자 문화의 고려해 볼 때, 도자 예술은 고대부터 다양한 인간 문화의 동반자였고, 그래서 도자는 많은 이들이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매체이다. 도자는 배타성보다는 포용력에 기여할 수 있으며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연결 조직으로서 의미와 목적을 생산할 수 있다. 도자는 그 수많은 서사들과 함께, 차이와 유사성을 드러내며 흥미로운 대화를 생성해낼 힘을 지니고 있다. 도자는 한 방향으로, 위에서 아래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문화들 간의 진정한 대화를 통해 상호적 방식으로 교감을 “나누는” 매개체로서 다양한 관객을 불러들일 수 있다.                                      

     도자 작품들은 생산자가 흙과 교감한 산물이다. 이는 곧, 자기 성찰과 사색적 정신과의 교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도자의 놀라운 매력은 이러한 에너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보는 사람의 관심과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에 있다. 도취도람 도취도감은 심미적, 도상적, 양식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독특한 서사까지 모두 아우르는 도자의 매력을 다양한 사람들과 나누고, 나아가 도자를 국경 너머의 다른 문화들과 상호 작용하는 매개 수단으로서 사용하고자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취도람 도취도감은 개인들과 문화들이 마음을 터놓고 진솔한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창의적 유대감과 성장을 독려하고, 의미 있는 대화와 깊이 있는 이해를 증진해 나가면서 말이다.


(2020년 9월)


주                                                                       

[1]  역주: 민족을 중심 조건으로 삼는 국가 형성을 목표로 삼아, 민족에 대한 소속감과 애착을 강조하는 정신 또는 그러한 활동.           

[2]  1995년 하버드 학위수여식 연설 중에서 발췌. 이후 “Radical Renewal of Human Responsibility”라는 제목으로 하벨의 연설문과 저술을 모은 책 The Art of the Impossible: Politics as Morality in Practice (Fromm International, 1998)에 수록되었다. (역주: 이 책은『불가능의 예술 :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2016)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3] 미국의 정치학자 밀턴 커밍스Milton Cummings의 서술로, 문화외교에 대한 정의로서 가장 빈번히 인용된다.

                                                       


*이 글은 도취도감 상상동물도(더리튼핸즈, 2020)에 '펴내는 글'로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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